올 여름, 관객과 언론이 함께 최고의 공포영화로 손꼽는 [기담]이 새로운 상영관을 추가하면서 장기상영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지난 주말 25일 필름포럼에서 첫번째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였다.

[기담] 정가형제 감독들과의 첫번째 만남, 금주에도 두번째 만남 진행



개봉 4주차에도 32개관의 스크린에서 여전히 높은 좌석점유율로 선전 중인 영화 [기담]의 첫번째 ‘감독과의 대화’는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25일 토요일 저녁 진행되었다. 상영 후 모든 관객들이 ‘감독과의 대화’를 위해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는 등 뜨거운 열기와 호응을 실감케 했다.

정가형제 감독은 ‘무더운 날씨에 [기담]을 관람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관객들과 만나서 Q&A시간을 갖는다니 더 기대되고 떨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초반 어색했던 분위기도 잠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질문들이 오고 가면서 예정되었던 시간을 훌쩍 넘어 오래도록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일부 관객들은 ‘너무 무섭고 새로운 공포였다’며 감독들에게 응원의 멘트 또한 잊지 않았고, 상영관 앞에서는 다른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도 이미 [기담]을 두번이나 봤다며 갑자기 만나게 된 감독들에게 싸인공세를 벌이는 등 ‘기담러버’들의 열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필름포럼에 이어 [기담] 상영관으로 ‘감독과의 대화’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31일 금요일 저녁, 씨네콰논 명동 CQN에서도 두번째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독과의 대화 Q&A 전문]

Q : 달팽이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A : 시나리오 작업 막바지에 떠오른 이미지 중에 그림자나 달팽이가 있다. 구상과 추상, 리얼리즘과 표현주의가 어우러진 영화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작업하던 중에 떠올랐다. 세 명의 의사가 겪게 되는 각각의 이야기를 소설쓰기 형식처럼 작업했다면, 마지막엔 뭔가 시적인 마무리가 있었으면 했다. 어떤 상징적 의도를 담았다기 보다는 시를 쓰듯 그림자나 달팽이를 비주얼로 담았고,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그 의미는 여기서 꼭 짚어주기보다는 관객들이 느끼는 그대로 열어두었으면 한다.

Q : “영혼이 없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나요?”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 영혼이 나타나 두려움의 존재가 된다면 피해가 되는 경우일텐데, 영혼에 대한 생각은?
A : 우리가 생각한 영혼은 무서운 귀신과는 다른 의미의 접근이었다. 남겨진 사람들의 쓸쓸함 혹은 공허함의 대상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모두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을 지나 결국 쓸쓸함을 맞이한다. 공포영화니까 무서운 실체로 무섭게 만들어야지로 접근했다기 보다는 영혼(귀신) 역시 주제적으로 접근했다.

Q : 형제이긴 하나, 공동작업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업무나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
A : 시나리오부터 모두 함께 작업했다. 대립되는 점이 없었냐는 질문이 많았었는데 정말 없었다.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좋으면 함께 더 발전시키고, 좋지만 전체 영화에 안맞으면 함께 삭제하고 완전히 함께 했다. 콘티작업 시에도 카메라로 같이 찍어가며 확인하는 등 재미있게 작업했다. 친구는 모르겠지만 형제라 그랬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하고 놀았던 연장선상에서 싸움은 없었다.

Q : 공포영화 장르를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죽을 때나 등등 옆으로 누워있는 장면이 많은 이유는?
A : 공포장르는 제작사에서 찍으라고 해서 찍었고, 옆으로 눕는 장면이 많은 것은 죽을 때 서서 죽지는 않으니까(웃음). 삶과 죽음, 공포와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교차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각각의 이야기별로 죽으면서 마지막에 내뱉는 한마디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궁금해하고, 여운을 갖길 원해 처음 작업보다 죽음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옆의 앵글이 비주얼적으로도 더 아름답고, 관객들이 인물에 동화하기도 쉽기 때문에 그렇게 잡게 되었다. 덧붙여 우리 영화에 손과 발 클로즈업도 많이 나오는데 손과 발은 어떤 순응과 선택의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선택한 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발이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손 같은…

Q : ‘사랑’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공포같다.
A : 사랑을 공포영화와 결합되었을 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감요소와 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엇나간 사랑’을 소주제로 사랑자체가 죄는 없지만, 방향에 따라 아름답기도 무섭기도 한 것으로 잡았다. 하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순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정남이 앞과 뒤를 맺어주는 것처럼, 40년대나 79년이나 힘든 시기였지만, 꼭 역사 속에서 투쟁하지 않은 사람들, 그런 시절이려니 순응하고 살았던 사람들을 다루고 싶었다. 순응자체가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아픈 기억이지만 순응했던 쓸쓸함이나 그것이 파생한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다.

Q : 아오이에게 반지끼워줄 때 처음에는 잘 안들어갔다가 나중에 반지가 끼워지는데, 아오이도 결국 정남을 사랑하게 된건지, 아니면 영혼결혼식을 치루게 되면서 그런것인지 궁금하다.
A : 반지가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고는 스토리 흐름의 궁금증을 주기위한 것이지 중요한 점은 아닌 것 같다. 원장의 계획에 따라 시체를 병원에 데려오고, 정남을 시체실 당직을 시키고 그 가운데 정남은 시체에 매혹되고 동일시하고 감정이 생긴 것이고, 순응하면서 무언가에 매몰되고 잠식되는 것처럼 4계절 환상씬 역시 인생의 흐름에 대한 비유보다는 잠깐의 달콤한 꿈이지만 결국 영원한 족쇄로 생각했다.

Q : 정교하긴 하지만, 호러로서는 무서움이 덜 느껴지는데
A : 그래도 많이들 무서워하시던데 담대하신 관객이신가 보다(웃음). 영화성격상 무서운 장면을 향해 내달리는 영화가 아니라 일부러 억지스럽게 많이 넣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Q : 정남은 아오이가 원장의 딸인지 알았나? 알았다면 언제?
A : 알지 못했다. 그날 밤의 기억이 영혼결혼식이나 아오이가 누군지 자체보다는 평생을 살면서 누군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Q : 기록영화 오프닝 장면을 사용한 이유는?
A: 영화 시작할 때 관객들이 집중할만한 요소로 사용되었고, 동원과 인영 이야기의 복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 아귀맞춤보다는 오프닝의 새로운 집중요소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Q : 세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애착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혹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들었다 싶은 것은?
A : 어차피 우리에게는 하나의 영화라 모두 애착이 간다. 굳이 꼽으라면 볼 때마다 달라진다. 오늘 기분에는 두번째가 좋다(정식 감독). 보통 세가지로 이야기하시는데 나는 정남이 나이들었을 때 모습의 앞뒤까지 4~5개로 본다. 러닝타임등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 있어 편집되긴 했지만, 박교수가 세월이 지나 이야기나누는 장면에 애착이 많다(정범식 감독).

마지막으로 늘 우리가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를 지켜봤는데, 이렇게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하니 떨리고 감사했다. 부족한 것들은 다음작품에서 채우도록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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